지난번 한국마켓에 갔을 때 제주 보르도무가 눈에 띄어 두 개를 사왔었다. 냉장고에 둘 자리도 없어서 그냥 주방 구석에 방치해 두었는데, 시간이 흐르고 흐르다보니... 아무래도 이쁜 보라색 무를 저세상으로 보낼 것 같아서 눈길을 주고보니,
아니나 다를까 무 한개의 무청 부분이 상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배추나 무가 썩는 냄새는 정말 역한 것 같다. -_-;
다음날로 쌈무 만들기를 미루고 싶었지만 이미 죽어가고 있는 무를 외면하기가 어려워 밤에 만들었다.
무로 만드는 다른 음식은 다 그럭저럭 잘라도 괜찮지만, 쌈무는 두껍게 썰면 꽝이다.
그런데 무는 얇고 일정하게 썰기가 힘들다;; 그래서 그동안 쌈무는 한번도 안만들었었다.ㅋㅋ
그런데 이젠 나에게 푸드프로세서가 있지 않은가! 음하하하
2mm 슬라이서로 슉슉 잘라주었다. 동그란 무 그대로 들어가지 않아서 과감히 모양을 타원형으로 만들었다.
힘들게 핸드 슬라이스 하는 대신 기계가 순식간에 썰어준다는데, 동그란 쌈무가 아니면 어떠리~크
그런데 흰 무였으면 별로 티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문제가 보르도무에는 있었다.
보라색 색소가 전체에 균형적으로 퍼져있는게 아니라 무의 가장자리, 그리고 중심에서 가장자리로 가면서
점점의 모양으로 퍼져 있어서 내 마음대로 타원형을 만들었더니 너무 이상해진거다.
그래도 물들고 나면 괜찮아지겠지 싶어서 별 걱정하진 않았다.^^;
큰 볼에 담고 소금을 1t 조금넘게 넣고 살짝 절여주었다.
어디선가, 무를 소금에 절인 후에 식초물에 담그면 무가 더 아삭하다고 본 것 같아서 :)
소금이 많이 들어간 것도 아닌데 얇게 잘려서 그런지 금새 절여지고 물도 많이 나왔다.
무에서 나온 물은 다 따라버리고~
유리병에 무를 눌러 담아놓고 거기에 식초,설탕,물의 배합초를 부어주었다.
식초가 들어가서 그런지 붓자마자 붉게 물이 들었다. 색깔 참 예쁘다 :)
이렇게 냉장고로 고고~
그리고 하루가 지났다.
쌈무를 꼭 고기와 먹어야 하는건 아닌데, 냉동실에서 내내 잠자는 돼지고기를 마냥 잠자게 할 수 없어서 간만에 고기먹는 날로 정했다. 고기라면 그렇게도 좋아하던 내가 요즘 고기를 안먹고도 그렇게 고기가 많이 생각나거나 땡기지 않으니 신기할 따름이지만 냉동실에서 계속 자리차지하고 있는 돼지와 소를 버리기도 뭐하고...
냉동실에서 커다란 돼지고기 두 덩이를 꺼내서 해동시키고, 양파와 파,마늘,월계수잎 한 장을 넣고 중약불에 4-50분 올려놓았다. 아! 된장도 쪼금 넣었다. 아래 양파가 잠길 정도로 물을 넣고 거기에 된장을 풀었다.
저수분수육을 하면 고기가 약간 퍽퍽해지는 감이 있어서 난 고기는 잠기지 않되 물을 좀 넣고 하는걸 더 좋아한다.
고기가 익어갈 즈음 반찬을 준비했다. 전날 만들어 놓은 쌈무! 짜잔~ @_@
호호... 예쁘게 물이 들었다. 맛없으면 어쩌지 하는 마음으로 하나 먹어보니 새콤달콤하니 맛있다.
고기와 무, 쌈만 먹기가 뭐해서 급히 콜리플라워를 준비했다. 콜리플라워 한그루를 다 데쳐서 반은 먹고 반은 냉장고에 넣어두었던 것이 생각나서 꺼내서 겉절이하듯 살짝 무쳤다.
고기를 익히는 뚜껑 사이로 스팀이 모락모락 나온다. 흐흐.
한 덩이를 꺼내서 썰었다. 목살이라 비계가 별로 없어서 더욱이나 수분이 없으면 퍽퍽해지는데, 아주 맛있게 잘 익었다.
사진은 찍어놓으면 왠지 늘 건조해보이는 것 같다.
그리고 수육 먹을 때 빠질 수 없는 김.치.
내가 만들었지만 김치가 진짜 맛있다. 으하하하 >.< 톡 쏘는 맛이 일품이게 자알 익었다.
우리 김치귀신 남편이 아주 좋아한다. ㅋㅋ
로메인 레터스를 살까 하다가 이게 울나라 상추랑 더 비슷해서 이걸로 사왔다. 이름이 아티산 레터스였던가.
아무튼, 로메인하트 세 개와 가격은 비슷한데 그보다 양은 현저히 적은 것 같다. 그래도 맛좋고 모양좋으니 :)
급한대로 쌈장도 만들고,,
그래서 이렇게 먹었다. 고기는 한 번 더 리필해서 먹고, 쌈무도 리필해서 먹고.
첨에 고기를 냉동실에서 꺼내면서 두 번에 나눠먹어야지 했었는데, 그냥 배불리 다....먹어버렸다. +_+
늘 이런식이다. 얼만큼을 하든, 늘 한 끼 분량이 되고 마는 우리집 식단.
쌈무는 개인접시에 이렇게 올리니 화사한 색감이 아주 좋다.^^
인공색소가 아니라 무 자체의 색깔이 이렇다니 참 신기하고 예쁘고 왠지 기특하다. ㅋㅋ
모양은 와이드마우스 크기에 맞춘 타원? 길쭉한 모양이지만 ㅋㅋ
이렇게 봐도 저렇게 봐도 싸먹기엔 딱 좋았다.
남은 쌈무는 어떻게 먹을지 생각해봐야겠다. 흐.
'행복한 식탁 > 밥상의 흔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건강한 별미 - 비빔소바 (4) | 2010.04.20 |
---|---|
고등어조림 (2) | 2010.04.19 |
채소국물로 만든 된장찌개와 함께한 밥상 (2) | 2010.04.19 |
오트밀과 바지락고추장찌개 (2) | 2010.04.19 |
토요일 가벼운 아침, 통밀와플 (2) | 2010.04.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