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행복한 식탁/밥상의 흔적

김치 담그는 날 - 부부 김치 공장



한국마켓에 다녀오고 나면 일이 많아진다.
늘상 배추를 비롯한 김치거리를 사오기 때문에...

전에 한 번 배추를 사다놓고 김치 담그는 걸 차일피일 미루다가 배추 밑둥이 썩어버린 경험이 있어서
그 뒤로는 겁이 나서 4일 이상 못미룬다. ㅠ_ㅠ

배추가 썩으면 정말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구리구리한 군내가 나고,
어디 한군데라도 묻으면 오마이갓- 완벽하게 닦아내기 전까지 계속 구린내가 난다.
냄새에 민감한 나는 그 때의 경험을 다시는 할 수 없어서 그뒤로는 김치 재료를 사오고 나면
한없이 미루기를 종식하고, 내 나름대로는 김치 담그는 거에 부지런해졌다 -_-;

4월 초에 김치를 5포기 담갔는데, 다 먹었다. ㅠ_ㅠ 아무리 배추가 안좋고 작고 그래도 그렇지
둘이 사는데 이렇게 먹는건 좀 많이 먹는거 아닌가...
초반에 맛있다고 무지하게 먹어대다보니 양이 확 줄어서 4월 중순부터는 매일 반찬으로 꺼내지도 않고
좀씩 아껴먹어서 그나마 딱 맞춰서 먹었다.


몇달 째 배추가 상태가 안좋아서 포기김치 대신 막김치를 담그고 있다.
한국도 요즘 배추가 안좋고 값이 많이 올랐다는데, 여기는 더한 것 같다.
값이 오른거는 그 전과 정확히 비교를 안해봐서 모르지만,, 오르긴 올랐고...
배추 상태가 너무 안좋아져서 속에 꽃이 피어있질 않나
(그걸 왜 꽃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보기엔 곰팡이같아서 손대기가 꺼려지는데 흑)
배추가 다 안좋으니까 마구 손질을 해서 랩으로 꽁꽁 싸놓고 팔지를 않나.

이번에도 역시 배추가 안좋고 별로 많이 있지도 않아서 세 포기만 사왔다.
대신 배추김치에 올인하지 않으려면 김치 분산을 해야 한다며 무랑 갓이랑 오이도 조금씩 샀다.
지난번에 갓김치가 맛있었어서 갓을 7단이나 샀다. 그래봐야 별로 많지도 않지만.







배추부터 꺼냈다. 이게 젤 오래 절여질 아이들이라 젤 먼저 손질하고 씻어서 소금물에 절였다.







늘 그렇지만, 처음 시작할 땐 양이 참 많게 느껴진다.
우리집엔 큰 다라가 없어서 늘 이 플라스틱 통을 이용한다.
남편이 여러번 깨끗하게 닦아서 헹구고 쓰곤 해서 이젠 김치 담글 때 꺼내서 한번씩 헹구기만 하면 될 정도다. ㅋㅋ







다음은 갓 차례.
갓은 만지면 꺼끌해서 손이 금새 거칠어질 것만 같다.
7단을 샀는데, 갓 역시 품질이 별로 좋지 않아서 뭐...
씻다 씻다 지쳐서 남편이 좀 도와줬다.
역시 난 야채씻기를 괴로워한다. -,-
갓도 대충 씻을 수가 없어서 하나하나 들고 씻다가 지쳐버린거다 흑.
성격이 진짜 이상한 것 같다. 으...







배추와 갓을 절이는 동안 김치 양념을 준비했다.

저번 김치 할 때 내 양념 계량해서 분명 적어두었는데 아무리 찾아도 레시피 노트에 없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지금에 와서 추측하기론- 김치 하면서 적다보니 노트가 젖을까봐 다른 종이에 적어놓고는 아마 청소하면서 다 버린 것 같다.

그래서 다시 적으면서 했다.
다음번 할 때 또 정확히 맞춰할 것 같지도 않지만, 대략 이 비율로 하면 내 입맛에 맞는 김치가 나오는 것 같다.
배추김치, 깍두기, 갓김치 할 것 없이 이양념으로 다 하니 다행이지 싶다. ㅋㅋ 양념까지 차별화 했으면 난 김치 못담가~
양파랑 사과가 들어가서 단 양념을 안넣어도 충분히 맛있는데, 조금 단 김치를 좋아하면 매실액을 좀 추가하면 될 듯하다.



§ 김치 양념 - 막김치 4포기+a 정도의 분량

  • 양파 400g (2개)
  • 사과 500g (중간사이즈 2개 반)
  • 마늘 80g  (2통)
  • 생강 50g (마늘 10개정도의 크기)
  • 고추가루 2.5C
  • 새우젓 2T
  • 액젓    4T
  • 파       3단
  • 찹쌀풀 1C (찹쌀가루 2T + 물)


양파, 사과, 마늘, 생강은 푸드프로세서에 넣고 드르륵 갈아 볼에 담고,
나머지 재료와 섞으면 준비 끝.
파는 배추김치와 깍두기에만 넣을거라 따로 준비해 두었다가 버무릴 때 각각 넣어주었다. 

 





내가 양념을 준비하는 동안 남편이 무를 씻고 껍질을 벗겨주었다. 흐흐.
지난번엔 큼지막한 깍두기를 만들었었는데, 이번엔 한입 크기로 썰었다.
무 3개를 썰어서 6쿼트 냄비에다 넣고 소금을 2Tbsp 넣고 뒤적뒤적인 다음 한 시간 정도 두었다.
중간에 한두번 뒤적여주고.

무를 절이고 조금 있으니, 배추가 다 절여졌다. 갓도 대략 절여진 것 같고.
재료를 다양하게 하니 쉴 시간이 없이 계속 연속되는 고된 집안일 ㅡ,.ㅡ
한편으론, 왠지 효율적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아서 뿌듯하기도 했다 ㅎㅎ
사실 내가 느려서 계속 일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건데...크크. 







절여진 배추는 남편이 물기를 꼬옥 짜서 김치통에 넣어주었고, 나는 파와 양념을 넣고 버무렸다.
버무리는 통을 따로 마련할 필요도 없이 그냥 저장용기에 넣고 버무리고 가장자리만 닦아주었다. 히히.
처음에 그 많던 배추는 다 어디로 가고~ 에게~ 요것밖에 안되는구나 ㅠ_ㅠ
위에서 찍어놨더니 더 없어뵌다. ㅋㅋ

그래도 김치 완성~ 하하. 뿌듯하다.








갓김치도 양념에 버무렸다. 갓김치는 왠지 양념이 듬뿍 있어야 하는 것 같아서 양념을 듬~뿍 :)

그 다음에는 깍두기 절여진 걸 버무렸는데, 사진이 없다. ㅎㅎ
양념은 깍두기까지 거의 딱 맞았다.
쪼금 모자라는가 싶어서 저번에 만들어둔 양념을 냉동실에서 꺼내어 조금 더 넣고 버무렸다.








그리고선,, 오이도 네 개 잘라서 소금에 절였다.
지난번 만들어둔 양념에 매실액을 조금 넣어서 약간 달달하게 만들어서 버무렸다.
남편이 오이김치는 약간 단게 맛있다고 해서. ㅎㅎ

양념이 애매하게 남아서 오이김치 위에 다 덮어버렸더니 오이가 안보인다. >.<







그렇게 해서 먹은 저녁 식탁에 올라온 오이.
오이에 소금을 좀더 넣고 절였어야 했나, 오이김치는 조금 싱거웠다.
그래도 싱금싱금한 것이 맛있구나야~ㅎ







전혀 익지도 않은 새김치도 식탁에 올랐다. 정말 새김치 맛이다. 크크.







그리고 김치한 날답게... 수육 ㅡ,ㅡ
원래는 저녁때 손님이 오기로 했어서 냉동실에 있던 돼지고기를 꺼내놨는데, 갑자기 약속이 취소되었다.
이미 해동은 시작되어 진행중이었는데 고기를 버릴수도, 다시 냉동실에 넣을 수도 없어서 그냥 둘이 먹었다.
요즘 고기를 안먹다보니 이렇게 냉동실에 고기가 오래 있을 수도 있구나 싶다.
너무 오래되면 상해서 버려야 하니, (버리는 건 죄같아서 버리지도 못한다)
이미 사다둔 고기는 다 먹으려고 한다.

수육 불조절이 완벽하게 되었는지, 고기가 말할수 없이 부드러웠다. +_+
이제 냉동실에 돼지고기는 딱 이만큼 더 남아있다. 
얼른 먹어 치워야 할지 말아야 할지 그것도 고민이다.
 






무조림과 무쌈. 쌈장.







남편이 그런다.
"우리 무슨 부부 김치공장 같아
김치 담가서 내다 팔아도 되겠다.
아 근데 안되겠다. 재료비 생각해보니 남는게 없겠네."

흐흐흐...

작년 여름엔 "부부조립단"이라고 스스로 칭했었는데, 이번엔 "부부 김치공장" 크크크
남편이 도와줘서 수월히 마쳤다.
고마워 남편!